바둑 승부와 보안 플랫폼의 공통점

2022. 11. 21. 10:04IT 트렌드가 한눈에!

최근 바둑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일이 있었죠. 한국의 바둑 여류 기사가 세계 최초로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른 겁니다. 결승에서는 아쉽게도 신진서 9단에게 패배했지만, 그 과정들은 숱한 화제를 낳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가 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최정 기사. (SSG 랜더스의 간판 타자와도 이름이 같죠^^) 여성 최연소, 최단 기간 9단 승단 기록 보유자이며, 이번에는 세계 최초로 여성 기사가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오르는 전대미문의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바둑 팬들이라면 누구나 이번 사건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잘 알고 있지만, 나머지 분들은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바둑 여류기사 최정의 세계 최초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

 

 

보통 스포츠는 선천적인 피지컬 차이 때문에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곤 합니다. 그런데 바둑은 그렇지 않죠. 가장 대표적인 두뇌 스포츠이고, 성별과 나이, 국적과는 관계없이 공평하게 승부할 수 있는 종목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억하는 바둑 고수들은 대부분 남자 기사들입니다.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 등등… 왜 그럴까요?

일단 가장 기본적으로 바둑 기사수부터 차이가 많이 납니다. 요즘에야 대국 장소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여성 기사들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2022년 현재 한국 기원에 소속돼 있는 프로기사 남녀 비율도 대략 8대2 정도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 바로 피지컬, 즉 체력 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출처 : tvN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레전드 드라마 중 하나였던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도 바둑을 오래 했었죠. 어린 시절 회상 장면에서 스승님이 이런 멘트를 날립니다.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 밖에 안돼”

생각해보면, 사람의 뇌는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장기이고, 보통 프로기사들의 바둑 대결은 기본 5시간입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많은 시간 연속적으로 발휘한다는 것은 엄청난 열량의 소모가 필요하겠죠. 체력은 곧 집중력의 차이를 만들어 내고, 이는 승부에 직결되는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겁니다.

 

 

고도의 정신 집중력이 필요한 스포츠, 바둑

 

바둑은 크게 3단계로 이뤄집니다. 초반 포석, 중반 전투, 후반 끝내기. 우리가 잘 아는 이창호 9단은 초반이 약하고, 후반이 강한 기사였으며, 인공지능 AI 알파고에게 인류 최초로 패배를 안겨 준 이세돌 9단은 초반이 약하고 중반이 강한 기사였습니다. 다양한 기풍을 가진 남성 기사들에 비해 여성 기사들의 기풍은 단순한 편인데,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려 나가면서 후반을 도모하기 보다는, 초반부터 전투적인 공격 바둑을 선호하고 끊임없이 이득을 챙기려는 기풍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기풍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여성 기사들이 남성 기사들에게 승리를 거뒀던 시나리오는 초반 포석 단계에서 손해를 줄이고 지속적인 전투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인간 바둑사 전체를 뒤바꿀 만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던 알파고의 등장으로 또 한 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둑의 다양한 기풍과 알파고의 등장

 

한국 바둑 기사들은 중국 바둑 기사들에 비해 초반 포석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반 포석은 많은 기사들의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져 왔는데, 중국에 비해 선수층이 얇은 한국 바둑의 근본적인 약점이었죠. 더군다나 여류 기사들의 기풍은 그 약점이 더욱 도드라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알파고는 기존의 포석 개념을 완전히 부셔버렸습니다. 정석이라고 여겨지던 포석들은 알파고의 데이터에 의해 철저하게 분석되면서 서서히 약점이 드러났고, 초반의 50수 정도까지는 AI의 데이터 포석을 따라가는 방법으로 점점 상향 평준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즉, 한국 바둑 기사들의 약점을 자연스럽게 보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번 최정 기사의 메이저 대회 첫 결승 진출은 이러한 맥락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이제 바둑은 죽었다’고 호들갑 떨던 시기가 분명 있었는데, 오히려 그 이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바둑은 더 많은 분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 것 같습니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한 바둑계의 변화

 

어떠신가요? 굳이 바둑팬이 아니더라도, 굉장히 흥미로운 스토리지 않나요?

오늘 포스팅에서 바둑 이야기를 꺼낸 건, 바둑과 보안이 많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바둑에서 초반 포석을 잘 둬야 후반에 승리하는 것처럼, 사실 보안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큰 그림’은 올해 여러 번 포스팅을 통해 강조 드렸던 ‘플랫폼’ 구조입니다. 솔루션 간 연계를 통해 업무 환경에서 생기는 예외 상황 및 보안의 사각지대까지 모두 빈틈없이 커버할 수 있어야 하고, 전체 솔루션에서 발생하는 로그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이상 이벤트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위에 말씀 드린 문구에서 보안 관련 키워드를 바둑으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죠?^^ 그만큼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언젠가 한국 여성 바둑 기사의 메이저 최초 우승 소식을 접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